1.
안녕 내 블로그
내 일기들한테는 항상 미안해
내가 우울할 때,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에만 일기를 쓰니까.
행복한 이야기도 들려줘야 하는데, 내 마음이 힘들 때에만 이곳에 마음을 남겨서 미안해
2.
내 삶이 너무 힘들 때마다 나는 한없이 내 인생을 깎아내리는 것만 같아
좀 전에도 그랬어
침대에 누워서 나와 유튜브에서 23살에 아파트를 구매했다는 아이를 비교했지
그 아이는 누가 보기에도 예뻤고 자신의 삶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어
나는 바람에 많이 흔들리는 사람이지
갈대같은 사람이라는 게 나 같은 사람 아닐까?
나는 항상 자신만의 줏대를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면서도
내가 가진 신념은 틀린 게 아닐까 항상 전전긍긍하기 바쁜 사람이지.
무언가를 옳다고 말하기는 항상 너무 어려워
A를 보면 B가 맞아보이고 B를 보면 A가 맞아보였지
나는 항상 그 가운데에서 떠다니는 회색 먼지 같아
오늘은 이런 내가 참 한심한 날이야
3.
제대로 한 번 비교해봐야겠어
나는 26살이고, 아직 대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았지
어떤 유튜브 댓글에는 이제 좋은 대학교 졸업은 쓸데 없다고 하더라고
내가 참 바람에 흩날리는 사람인가봐
그 댓글을 보자마자 가슴이 철퍽 내려앉더라고
갑자기 내 6년을 부정당한 기분이었어,
왜 있잖아. 처음 들어간 대학교 1년을 다니고 다시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교에 결국은 합격해냈었잖아.
어딜가도 그래도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하는.. 그런 학교이긴 했어
갑자기 그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 기분이 들었어
엄마와 나는 그저 좋은 대학에 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었는데
지금 와보니 결국 쓸데없는 데에 시간을 투자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
문제는 결국 대학 입학과 상관없이 이 세상을 면밀히 살필 줄 아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겠지
그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지금 너무 힘들어
세상에는 힘든 일이 너무나 많이 생기고 있어
그걸 제대로 들여다보기 무서워
4.
내 솔직한 생각을 적어본 거지만
내 속의 또다른 목소리는 나에게 철없다 말하고 있네
그래서야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겠어
네가 이 상황이 싫으면 네가 노력을 일단은 해야하잖아
맞아나도 알아내가 뭐라도 해야 변화가 생긴다는 걸 나도 알아
쓰면서 눈물이 나오네, 어떡하지.
오늘 노트북을 펴는 것도 나에게는 노력이었던 것 같아
아 좀전에는 방을 치우려는 노력을 했네.
예전에 넷플릭스에서 <설레지 않으면 버려라> 같은 제목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봤었어
오늘 그 영상을 기억해내서
방에서 내가 몇년 간 쓰지 않은
쓸 수 있어도 내가 더이상 쓸 것 같지 않은 것들은 쓰레기통에 넣어버렸어
꼬다리가 사라진 샤프펜슬, 맞는 기종도 없는 새 핸드폰 케이스, 내가 초등학생 때 쓰던 안경테, 아주 어릴 때 썼기에 지금은 낡고 펼쳐보지 않는 성경책 등..
버리는 게 맞을까 고민되면서도 그냥 버렸어
그렇게 방에 조금은 더 공간이 생겼어
며칠동안 이걸 반복해보려고 해
그러면 기분이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?
내 환경을 내가 조금이나마 만들어냈다는 것도 날 기분 좋게 만들었어
그리고 난 또 무엇을 해야하지?
무엇을 해야할까
무엇을 해야할까
5.
내가 오로지 바라보았던 길이 사라지면서 나는 지금 내가 바랐던 나의 삶과 거리가 더 생겨버렸지
누군가는 자신의 삶에 확신을 가지고 돈을 착실히 모아 어찌되었든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가고 있는데
음 나는그냥 표류중이야.
어느 길로 갈지도 정했지만
그저 침대위에서 정신은 방황중이고 표류중인 그런 사람이야.
힘이 나지 않아
사실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 같아
나도 알아 이런 나는 어린 시절 내가 꿈꾸었던 내가 아니라는 걸
지금 당장이라도 일어나 책상에 앉을 수 있을 텐데
내 몸은 다시 저 아래로 깊숙이 파고들고만 있다.
나 왜 이럴까
나도 모르게 우울하고 속상한걸까?
지금 이 모습이 내가 꿈꾸었던 내 모습이 아니라서
그래도 대학교 4년동안 원하는 바도 이루어보았고 하고싶은 일도 여러가지 해 보았고 하나의 꿈을 위해 달려왔는데
그 꿈은 나를 받아들여주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
그리고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조차 그 목적의식을 잃어버렸기에 이런 것일까
나에게는 약 2주의 시간이 있다
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
그냥 지금은 침대에 처박히고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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